‘라붐’ 1위 팩트 리뷰


약 2 주전 걸그룹 라붐이 국내 지상파 음악방송 프로그램에서 아이유를 제치고 1위에 올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음반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고, 라붐의 소속사는 이들을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소속사에서 내놓은 해명은 광고주 측에서 프로모션 용으로 음반을 대량 매입 했기 때문에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라붐은 같은 방송사 음악방송 차트에서 49위를 차지해 방송사 차트의 순위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본 사안에 대해 팩트와 데이터를 중심으로 어떻게 라붐이 지상파 음악방송 차트 1위에 오를 수 있었는지와 방송사 차트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위 그래프는 라붐이 2014년 데뷔 이후 내놓은 음반들의 1주차 판매량을 비교한 것이다. 발매 요일에 따른 영업일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2016년 8월 기준 라붐의 1주차 음반 판매량은 약 2천 장 수준으로 볼 수 있겠다.   

이로부터 8개월 뒤인 2017년 4월에 출시한 ‘MISS THIS KISS’ 앨범의 1주차 판매량은 2만 9천 장으로 전작에 비해 약 14배가량 판매량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위 데이터만 놓고 보면, ‘LOVE SIGN’ 앨범이 발매된 2016년 8월과 ‘MISS THIS KISS’ 앨범이 출시된 2017년 4월 사이에 급격히 팬덤이 증가해 음반 판매량 역시 증가 한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 볼 수 있겠다.


위 그래프는 2016년 8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라붐의 소속사가 운영하는 팬카페의 회원 수 누적 추이와 증가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지난해 8월 측정한 팬카페의 회원 수는 7,183명으로 최근 5월 초까지 약 3천5백명가량 회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한 회원 3천 5백 명이 모두 1장씩 음반을 구매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전 앨범의 초동 물량과 합산해보면 약 5,600장(2,100+3,500) 정도 음반이 팔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MISS THIS KISS’앨범의 1주차 판매량 2만 9천 장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량이다. 따라서 팬덤의 증가로 인한 음반 판매량 증가 가설은 기각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판단된다.

라붐 팬카페 회원 수 대비 1주차 음반 판매량 비율을 살펴보면 2016년 9월 기준 약 27%로 적극적인 라붐의 팬 10명 중 2.7명이 1주차에 음반을 구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 비율을 적용해 2017년 4월 현재 ‘MISS THIS KISS’앨범의 순수 판매량(광고주 매입분 제외)을 계산해 보면, 전작에 비해 600장가량 증가한 약 2,700장 내외이며, 결과적으로 광고주가 구매한 수량은 오차를 고려 했을 때 20,000장에서 27,000장 사이로 추정된다.   

정리하면 ‘MISS THIS KISS’ 앨범 순수 판매량의 7~10배에 해당하는 광고주 매입 분이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라붐이 1위에 올랐을 당시 지상파 방송사의 차트 세부 내역을 보면, 라붐이 디지털 점수 116, 시청자 선호도 점수 0, 음반점수 2344, 방송 점수 2086이고, 아이유 디지털 점수 3816, 시청자 선호도 점수 305, 음반점수 0, 방송점수 44로 나타났다. 

음반점수를 제외한 아이유의 합산 점수는 4165점이고 라붐은 2202점으로 아이유가 라붐에 비해 1.9배가량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최종 순위는 음반점수에서 바뀌었다는 것인데, 어떻게 전체 집계 비중의 5% 밖에 되지 않는 음반 점수가 1.9배에 달하는 더블 스코어를 뒤집을 수 있을까? 

대학 수업을 예로 들어보자. 중간고사 30, 기말고사 30, 프로젝트 25, 출석 10, 과제 5의 비율로 성적을 매긴다고 했을 때, 아이유 학생이 라붐 학생보다 모든 부문에서 월등히 앞섰으나, 아이유 학생이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아 1등을 놓친 경우로 볼 수 있겠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아이유와 라붐 학생 모두 과제 점수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서로 대등한 점수를 기록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음반 점수를 제외한 아이유의 합산 점수는 라붐의 1.9배에 해당했기 때문에, 전체 배점의 5% 밖에 되지 않는 음반 점수가 순위를 바꾼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K차트의 집계는 디지털 음원 65% + 음반 판매 5% + 방송횟수 20% + 시청자 선호도 조사 10% 로 이루어진다. 

[K차트 점수 집계 방법]
디지털음원 65%, 130,000점 (온라인 117,000점 + 모바일 13,000점) + 음반 판매 5%, 10,000점 + 방송횟수 20%, 40,000점 (TV 34,000점 + 라디오 6000점) + 시청자선호도조사 10%, 20,000점 = 총점 200,000 *소수점 이하는 반올림됨

K차트 집계 산정 방식은 음원과 음반의 경우 100위권 내 해당 음원과 음반의 판매 점유율을 항목별 최대값 (130,000점, 10,000점)에 곱하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K차트 기준 트와이스는 3월 1주차에 디지털 점수 6,146점을 받았다. 디지털 음원 점수  최대값(13만점)의 5%에 해당하는 점수이다. 
역시 K 차트 기준 방탄소년단은 2월 4주차에 음반점수 8,670점을 받았다. 음반 판매 점수 최대값 (1만점)의 87%에 해당하는 점수이다. 

K차트 기준 1주차 매출만 보면, 트와이스는 올해 출시된 음원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고, 방탄소년단은 올해 출시된 음반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방탄소년단의 음반점수가 트와이스의 음원 점수에 비해 높다. 

항목별 배점 비중이 음원 65%, 음반 5%인데,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까?

그 이유는 음원의 경우, 등수 별 매출 격차가 크지 않아 1위 음원이 100위권 내에서 차지할 수 있는 매출 점유율이 높아봐야 5~8% 내외이기 때문이다. 즉 13만점이라는 전체 파이만 컸지 1위 곡이 이 중 실제 획득할 수 있는 점수는 미미한 것이다.

그러나 음반의 경우 등수별 판매량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1위 음반이 100위권 내에서 차지할 수 있는 점유율은 앞서 살펴본 방탄 소년단의 사례처럼 87%에 해당하기도 한다. 즉, 전체 파이는 음원 점수 최대치 13만 점의 8%에 해당하는 1만 점밖에 되지 않지만, 이중 실제 1위가 가져갈 수 있는 점수는 거의 대부분인 셈이다. 

비유를 하나 더 들어보면, A와 B에게 각각 놀이기구 무제한 이용권과 빅 6 이용권을 주고 동일하게 한 시간의 여유를 준다고 가정해보자. 각 놀이기구의 운행 시간은 10 ~ 20분이다.  

A와 B는 각각 무제한 이용권과 빅6 이용권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두 사람이 한 시간 동안 이용한 놀이기구의 수는 각각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6개일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운행시간이 짧은 놀이기구를 많이 탄다면 빅6 이용자 B가 운행시간이 긴 놀이기구를 탄 자유이용권 이용자 A보다 더 많은 놀이기구를 탈 수도 있게 된다. 

다시 말해, A는 무제한 이용권을 받았지만 시간적 제약 때문에 전체 놀이기구 중 극히 일부 밖에탈 수 없어, A가 가진 무제한 이용권은 B가 가진 빅 6이용권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되는 것이다. 즉, 디지털 점수 13만 점에는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이 존재해 1위곡이 이 중 5~8% 이상의 점수를 받기 힘든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각 항목별 실제 배점 비중은 얼마나 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타 지상파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의 집계 방식으로 K차트 데이터를 다시 계산해 보았다.

우선 방송 회차별 디지털 점수, 시청자 선호도 점수, 음반 점수, 방송 점수 각각의 항목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한 가수의 점수를 합산해 총점의 최대치를 구했다. (K차트 20위권 내에 항목별 최대 점수가 있고, 이 점수는 각 항목별 배점 비중의 최대값인 것으로 가정함)
라붐이 1위를 차지했던 4월 4주차 K차트의 항목별 점수를 기준으로, 디지털 점수는 아이유 3816, 시청자 선호도 점수는 트와이스 921, 음반점수는 라붐 2,344, 방송점수는 라붐 2,086으로 각 부문의 점수들을 모두 더하면 9,167이라는 최대 총점이 나온다. 

다시 말해 9,167점은 가상의 1위 가수가 최대한으로 받을 수 있는 4월 4주차 총점인 셈이다. 
이를 기준 삼아 다시 항목별로 배점 비중을 계산해 보면, 아이유의 디지털 점수 3,816점은 9,167점의 42%에 해당하고, 트와이스의 시청자 점수 921은 10%, 라붐의 음반점수 2344는 26%, 라붐의 방송점수 2086은 23%에 해당한다. 
 

위 그래프는 지상파 방송사 K차트의 최근 3개월간의 세부 항목별 배점 비중을 앞의 방법으로 계산해본 결과이다. 

디지털 점수는 최저 28%에서 최대 60%까지, 음반점수는 최저 19%에서 최대 61%까지, 방송 점수는 최저 5%에서 최대 27%까지, 시청자 선호도 점수는 최저 6%에서 최대 13%까지로 나타났다. 

항목별 평균을 계산해보면 디지털 점수는 43%, 시청자 선호도 점수 10%, 음반점수 31%, 방송점수 16%로 음반 점수가 디지털 점수에 못지 않게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K차트의 집계 항목별 실제 반영 비율이 위와 같았다면, 전체 집계의 5%에 해당한다는 음반배점 비중이 실제로는 라붐이 1위에 올랐을 당시 26%였던 것으로 추정되며, 어떻게 아이유를 누르고 라붐이 1위에 오를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된다.

지금까지 최근에 있었던 라붐의 지상파 음악방송 1위 사안에 대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쟁점사항들을 체크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은 광고주의 프로모션 용 대량 음반 구매와, 방송사 차트 집계 방식의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음원 순위 100위권 밖의 노래가 1위를 차지하는 좀처럼 보기 드문 현상이 나타난 경우로 볼 수 있겠다. 

이제 적어도 아이돌 가수에 있어, 음반은 더 이상 감상용이 아닌 팬덤의 소장용으로 보는 시각이 보다 합리적이기 때문에, 바뀐 음악 소비 환경에 맞춰 차트 집계 역시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차트는 누가 봐도 납득이 되는 보편타당성이 결여될 경우 그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 김진우 음악전문 데이터 저널리스트 

*본 칼럼의 내용은 가온차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가온차트 칼럼은 가온차트 페이스북 페이지 또는 아래 제 개인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업로드 당일 받아 볼 수 있습니다. 

<글쓴이 약력>   
 
1990년대 말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학교에서 뮤직비즈니스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CT 대학원에서 Cultural Management & Policy 석사학위를 받았다. 음악업계에는 1999년에 처음 입문하였으며 2009년에는 KT뮤직에서 차장 지냈다. DSP미디어 ‘카라프로젝트’ 전문심사위원과 Mnet ‘레전드 100송’ 선정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심의위원, ‘SBS 인기가요’ 순위 산정방식을 설계할 때 알고리즘 자문을 맡기도 했다. 현재 음악전문 데이터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며, 대표 저서로는 ‘뮤직비즈니스 바이블’이 있다.   

Email: littlegiant911@gmail.com
https://www.facebook.com/musicbusinesslab

김진우 수석연구위원 ㅣ 2017-05-12

가온차트소개 | 차트제휴신청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개인정보취급방침
클린사이트             가온차트 매니지먼트